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지만 절대 가까이 갈 수 없는 곳, 바로 금성입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폭풍과 지옥의 세계가 숨겨져 있는 이 행성은 마치 분노 조절 장애를 앓는 극다혈질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태양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을 가진 금성의 실체와, 지구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이 행성의 특성, 그리고 인류의 금성 탐사 계획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금성의 극단적 환경: 지옥 그 자체
금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도 가장 극악무도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우리 지구에서 관측하면 초저녁 서쪽 하늘이나 새벽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행성이지만, 그 내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지옥입니다.
금성 대기의 대부분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구에서도 해마다 계속 높아지는 기온 문제로 온실가스를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금성은 이런 온실가스가 엄청나게 두껍게 이루어진 대기를 가진 곳입니다. 그 결과 표면 온도가 최대 섭씨 500도 가까이 도달하는 지옥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성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이라는 사실입니다. 태양열을 받아들이는 족족 이산화탄소 대기가 열을 끌어안고 계속 모아두니까 우주 최강의 사우나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엄청나게 두꺼운 구름이 금성 하늘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데, 그 주성분이 바로 황산이라는 점입니다. 황산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피부가 다 녹아내리는데, 금성은 이런 무시무시한 황산을 비로 계속 쏟아냅니다. 다행히도 황산비가 지표면에 닿기도 전에 엄청 뜨거운 지표 열기 때문에 바로 증발해버리고 다시 구름이 되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이 구름이 시속 300km 속력으로 금성 전체를 사정없이 휘젓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기가 너무너무 두꺼워서 기압은 지구보다 90배 이상 높습니다. 만약 금성 표면에 사람이 가게 되면 바닷속 1000m 밑으로 들어간 것과 같은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찌그러져 버릴 것입니다. 이 정도의 기압은 마치 5톤 트럭 20대가 내 몸 위에 올라타 있는 것과 같은 압력입니다. 호흡은 절대 불가능하고, 폐는 즉시 손상되며, 몸의 모든 세포와 조직이 붕괴될 것입니다. 마치 캔 속에 담긴 참치처럼 압축되어 버리는 끔찍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금성의 지옥 같은 환경을 요약하면, 극심한 온실효과로 인해 500도까지 치솟는 지표면, 비정상적으로 두꺼운 대기로 인해 90기압이 넘는 초고압력, 황산비를 계속 쏟아내면서 행성 주위를 끝없이 휘젓는 미친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환경 때문에 우주탐사선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구와의 차이점: 쌍둥이 행성의 극명한 대조
금성과 지구는 흔히 '쌍둥이 행성'이라고 불립니다. 거리상으로는 가장 가까운 행성이고, 크기도 비슷하며, 중력도 지구와 비슷한 곳입니다. 크기와 질량까지 비슷한 점이 정말 신기합니다.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도 큰 차이가 없는데, 왜 지구는 천국이고 금성은 지옥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지구에서도 환경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온실가스 중에 하나인 이산화탄소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슷한 행성인데 만일 조금만 삐끗해도 지구가 불타오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당연합니다. 실제로 금성의 극단적인 환경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금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공전주기는 224일, 자체적으로 회전하는 자전주기는 243일입니다. 자전이 너무너무 느립니다. 심지어 공전주기보다 자전 주기가 더 길죠. 그래서 금성의 하루는 243일이나 지속되는 겁니다. 금성의 적도에서 자전속도는 겨우 시속 6.5km입니다. 지구 적도의 자전 속도가 시속 1600km인 걸 생각하면 정말 느린 속도입니다. 시속 6.5km면 사람의 빠른 걸음 속도밖에 안 되는데, 금성의 적도에서 빠른 걸음으로 동편 방향으로 영원히 걸을 수 있다면 영원히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정지한 상태로 있는 진귀한 현상을 볼 수 있겠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금성이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들과 반대 방향으로 자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지게 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보통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라고 면박을 주는데, 금성에 가면 매일매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점이 재밌는 포인트입니다. 모든 행성 중에 금성만 그렇습니다. 이런 독특한 자전 특성은 과학자들에게도 여전히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2년 3월 1일 소련에서 발사한 베네라 13호가 금성 지표면에 상륙해서 사진을 촬영해 전송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4일 후에는 베네라 14호가 금성의 다른 지역에 착륙해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황사가 낀 듯한 하늘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엄청나게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와 황산 구름 때문입니다. 베네라 13호와 14호는 주옥같은 사진을 남기고 지옥 같은 금성의 환경을 견디지 못해 한두 시간 만에 망가져버렸습니다. 베네라 14호가 금성 표면에 착륙한 직후 금성에서 녹음한 소리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노이즈가 섞여 있어서 선명한 소리는 아니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소리라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찹니다.
금성 탐사 계획: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
베네라 13, 14호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 탐사선들이 금성 탐사를 시도했었는데, 금성의 환경이 너무 극악무도해서 제대로 된 탐사를 성공한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금성의 표면 환경이 어떠한지 알기 위해 수많은 탐사선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촬영하고 분석을 해왔습니다.
1990년대에 마젤란 탐사선이 금성 궤도를 돌면서 두꺼운 구름을 투과하여 금성 표면을 촬영했습니다. 그때 촬영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재구성된 금성 표면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수많은 산, 충돌 크레이터, 능선, 용암이 흐른 흔적 등이 보입니다. 1996년 11월 마젤란 탐사선이 촬영한 디킨슨 크레이터와 베네라 13호와 14호가 촬영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사파스 몬스 화산의 모습도 공개되었습니다.
현재 나사에서는 다시 한번 제대로 금성 지표면을 보기 위해 다빈치 플러스 탐사선과 베리타스 탐사선을 개발 중입니다. 2031년쯤에는 금성에 도달해서 금성 대기권을 통과하며 하강하는 동안 대기 표본을 채취해서 분석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금성 지표면에 수많은 화산들이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지표면의 정확한 구조와 고해상도 지형 이미지 자료를 수집할 계획입니다.
대기와 지표면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금성의 지하까지 뚫고 조사를 하려는 거대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속 실패했던 금성 탐사 경험을 토대로 나사에서는 이번에는 제대로 칼을 갈고 있다고 합니다. 인류의 호기심과 탐험 의지는 참 대단합니다. 모든 행성이 다 무섭긴 하지만 금성은 신비롭지만 정말 무서운 행성입니다. 결국 금성이 이주 계획에 속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극단적인 환경 때문이 맞습니다.
금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지만 절대 가까이할 수 없는 행성입니다. 잠깐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죠. 우리 삶 속에서도 가까이 있지만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금성은 바꾸기 힘들지만 사람의 태도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을 향해 금성보다는 온화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우주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출처]
태양계 행성 실제 모습. 금성편. (실제 행성에 착륙해서 촬영한 사진, 근접 촬영 사진들). 우주 다큐멘터리./우주플리즈: https://www.youtube.com/watch?v=pOZNWtxY_6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