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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인데 키가 5cm 커졌다? 우주 여행의 비밀

by ulog 2026. 3. 2.

우주선 내부에서 글자 없이 시각적인 실루엣과 눈금만으로, 무중력 상태에서 척추가 늘어나 키가 커지는 현상을 직관적으로 비교한 이미지

 

키가 엄청 커서 부담을 느끼는 190이상의 남성이 아닌 이상 누구나 한 번쯤 '딱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저는 남자는 아니지만 여자치고도 평균보다는 작은 편입니다. 여자니까 키가 작아도 괜찮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키가 큰 친구들의 옷핏이 얼마나 부러운지 대한민국 평균보다 작은 키를 가진 저로서는 거리를 지나가는 훤칠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래도 조금은 커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 한참이라 성장판은 굳게 닫혔고 이제 와서 우유를 마시고 멸치를 씹고 줄넘기를 한다고 해서 키가 클 리는 없죠.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르겠다"는 농담 섞인 자조를 내뱉기는 하지만 깔창은 나이들어서 힘들고 하이힐도 이제 유행은 지났죠. 하이힐을 신고 다니긴 시대에 맞지 않는 패션이고 몸에도 좋지 않고요 무엇보다 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죠.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접했습니다. 지구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성인이 키 크기'가 우주에서는 아주 손쉽게 일어난다는 뉴스였습니다.

중력의 사슬을 벗어던진 척추의 반란

우리가 지구에 사는 동안, 우리 몸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중력'이라는 거대한 힘의 압박을 받습니다. 중력이 해주는 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척추는 체중의 대부분을 지탱하며 아래로 꾹꾹 눌리고 있습니다. 척추뼈 사이사이에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추간판(디스크)'이라는 연골 조직이 있는데, 중력 때문에 이 디스크들이 납작하게 눌려 있는 상태죠.

하지만 중력이 거의 없는 무중력 상태(Microgravity)인 우주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를 짓누르던 거대한 힘이 사라지는 순간, 눌려 있던 척추 마디마디가 기지개를 켜듯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를 과학 용어로 '척추 신장(Spinal Elongation)' 현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인들은 지구에 있을 때보다 키가 보통 3%에서 최대 5%까지 커진다고 합니다. 170cm인 사람이 우주에 가면 자고 일어나니 175cm가 되어 있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키는 우주인들에게 극심한 '우주 요통(Space Back Pain)'을 겪습니다.

평생 중력에 적응해온 근육과 인대들은 갑자기 척추가 늘어나는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합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근육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우주인들의 절반 이상이 임무 초기에는 허리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하니, 키 5cm의 대가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셈입니다.

중력으로 인해 추간판의 공간이 벌어진다면 디스크로 짓눌려서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또 좋은 선택지일수도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중력이 사라져 신경을 누르던 압박이 풀리니 통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구에서 하는 '물리치료(견인 치료)'가 바로 이 원리거든요.하지만 우주 요통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디스크 환자에게도 그리 희소식은 아니네요.

저 역시 가끔 허리가 삐끗해서 고생할 때가 있는데 키가 커지는 즐거움과 허리 통증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음, 역시 건강한 허리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구로 돌아오면 사라지는 '신데렐라의 구두'

가장 허탈한 사실은 이 커진 키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주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순간, 무자비한 중력은 다시 우주인의 척추를 누르기 시작합니다. 지구의 땅을 밟고 몇 시간, 길어야 며칠이면 늘어났던 키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마치 자정이 지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말이죠. 하지만 또 이 과정에서 온 몸의 뼈들은 힘들어하겠죠?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 하는 과정이 또 하나의 고통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일본의 우주인 가나이 노리시게는 우주에서 키가 9cm나 커졌다고 보고했다가, 나중에 측정 오류임을 깨닫고 2cm 정도였다고 정정하며 해프닝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우주에서도 키 한 번 커보는 것이 우주인들에게도 큰 관심사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에서 키가 커진다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그 뒤에 숨겨진 고통과 부작용을 보면 우리가 지구에서 받는 중력이 단순한 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중력 덕분에 우리의 뼈는 단단함을 유지하고(무중력에서는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 위험이 큽니다), 근육은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키가 작아서 고민하던 저였지만, 우주의 극한 환경을 공부하다 보니 지금 이 땅 위에서 허리 통증 없이 두 발로 굳건히 서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낍니다. 우주선 벽에 몸을 묶고 서서 자지 않아도 되고, 2,000만 원짜리 배송비를 걱정하며 튜브 음식을 짜 먹지 않아도 되는 지구의 삶이 훨씬 풍요로운걸요.

성장판은 닫혔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성장판을 아직 열고 지낸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늘 밤엔 키 5cm 커진 제 모습을 우주에서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엔 지구의 중력을 기분 좋게 느끼며, 이 작은 키로도 당당하게 하루를 시작해보겠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키 때문에 고민 중이신가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우리 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중력과 싸우며 열심히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으니까요. 건강한 척추를 가진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주인보다 훨씬 행복한 '지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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