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계에서 가장 안쪽을 도는 수성은 태양과의 거리 때문에 뜨겁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극단적인 온도 변화와 높은 밀도를 지닌 반전의 행성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금속 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보여주며, 인류의 탐사선들은 여전히 이 신비로운 천체의 비밀을 풀기 위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성의 극단적 온도변화와 희박한 대기
수성은 태양계 8개 행성 중 크기가 가장 작고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입니다. 태양과 수성 사이의 거리는 태양 지름의 41배나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강력한 복사열을 직접적으로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만약 태양이 3배 이상의 크기로 변한다면 지구는 수성처럼 엄청난 열이 지배하는 아주 다른 세계가 될 것입니다.
수성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가 지구 대기압의 100조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으로 극도로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대기 중에 돌아다니는 소량의 산소 원자들이 서로 마주칠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이며, 우주공간보다 약간 많은 정도의 희박한 대기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수성은 우주에서 날아온 파편 등이 충돌해서 생긴 크레이터들이 많습니다. 지구처럼 공기가 충분히 존재하면 소행성 파편들이 행성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다가 대기와의 마찰로 불에 타 없어지겠지만, 수성에서는 그런 보호막이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성의 자전주기는 58일이나 됩니다. 하루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불로 고문을 당하는 낮 지역의 온도는 427도까지 올라갈 수 있고, 밤에는 영하 179도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온도 변화를 보이는 행성이죠. 대기가 너무나 희박해서 공기순환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낮과 밤의 길이가 너무나 길기 때문에 태양이 비추는 낮 지역과 태양이 비추지 않는 밤 지역과의 온도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는 태양과 가까운 행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반전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대기가 없어서 열을 보존할 수 없기에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지며,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는 극한의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작지만 밀도 높은 금속 행성의 특성
수성을 이루는 구성 성분은 철이 64%, 니켈이 3.6%로 약 70%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암석보다는 금속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성의 밀도는 매우 큰 편입니다. 수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 크기가 가장 작은데, 지구와 비교했을 때 훨씬 작은 크기밖에 안 됩니다. 심지어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보다도 작습니다. 하지만 수성이 밀도가 높다 보니 질량은 수성이 훨씬 더 무겁습니다.
규모가 작으면서도 핵이 거대해서 밀도는 굉장히 높다는 점이 수성의 또 다른 반전입니다. 이는 수성이 형성 초기에 격렬한 충돌을 겪으면서 가벼운 암석층이 날아가고 무거운 금속 핵만 남았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수성의 중력은 지구의 37.7%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물체를 낙하시킬 때와 수성에서 물체를 낙하시킬 때의 속도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수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경 1550km의 거대한 크레이터 칼로리스 분지입니다. 칼로리스 분지를 만든 충격이 너무 강력해서 충돌부 주변에 높이가 2,000m가 넘는 능선을 남겼습니다. 칼로리스 분지로부터 수성 반대편 지점에는 기괴한 모양의 넓은 지역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수성 표면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충돌로 인해 크레이터들이 많은 지형이 형성되었으며, 수성은 크레이터 주변으로 광선이 많이 보입니다. 이러한 광선은 충돌 지점 바깥으로 뿌려진 파쇄물들로 형성됩니다. 달 표면에서는 이런 것이 잘 보이지 않는데, 이는 수성의 환경적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흥미롭게도 수성의 북극에서는 얼음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수성은 열을 전달할 공기가 희박하다 못해 거의 없는 수준이라, 북극에서 영구적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크레이터 내부에는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합니다. 표면 온도를 이미지화하면 빨간색 지역은 거의 300도에 달하고, 크레이터 내부 영구동토 지역인 보라색은 영하 170도로 완전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이처럼 수성은 극과 극의 매력을 품고 있는 반전의 행성입니다.
인류의 수성 탐사 역사와 미래 계획
수성은 사실 명왕성만큼이나 탐사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수성 표면에 착륙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성의 환경이 끔찍해서가 아니라 수성까지 간 우주 탐사선의 속도를 줄이기가 너무 어려워서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메리너 10호와 메신저호 두 탐사선만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수성까지 도달한 탐사선이 속도를 줄여 표면에 착륙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성에 근접하며 지나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탐사선이 수성에 최대로 가까워질 때마다 수성 표면을 관측하는 방법을 쓴 것이죠.
메신저호는 2011년 3월부터 수성궤도에 진입해서 돌고 있었고, 20만 개 이상의 수성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연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2015년 4월 30일 수성의 지표면에 의도적으로 충돌하며 임무를 다했습니다. 메신저가 충돌한 자리에는 지름 16m의 크레이터가 남았습니다. 인류가 수성에 남긴 위대한 첫 흔적입니다. 충돌 직전의 마지막까지 최종 사진을 보냈는데, 이것이 수성 표면에 가장 근접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현재는 메신저호의 뒤를 이어서 2018년 10월에 발사한 베피콜롬보 탐사선이 수성탐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수성에 안정적으로 착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베피콜롬보 탐사선은 스윙바이 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2년 후인 2025년에는 수성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해서 본격적인 탐사를 할 예정입니다. 베피콜롬보 탐사선이 과연 수성에서 어떤 소식을 전해줄지 기대됩니다.
수성은 태양 주위를 타원형 궤도로 돌고 있는데, 가까울 때는 4600만 km까지 접근했다가 멀 때는 7천만 km까지 떨어지는 이상한 공전궤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성 지표면에서 태양을 관측하면 태양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할 것입니다. 수성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주기가 88일로 굉장히 빠른데 자전하는 주기는 58일이나 될 정도로 느립니다. 태양 주위를 두 번 공전할 때마다 세 번 자전하는 독특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성 표면에 서서 태양을 보면 태양이 떴다 지고 다시 태양이 뜨기까지 176일이 걸리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태양이 하늘을 한 바퀴 도는 하루가 176일이 되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성에서 본 하늘은 태양의 크기도 변하고 태양이 반대로 돌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동쪽에서 태양이 뜨고, 태양이 꼭대기에 접근하면서 크기가 점점 커지다가 이 부근에서 태양이 멈췄다가 다시 뒤로 돌아갑니다. 그 후에 다시 아까처럼 서쪽으로 진로를 바꾸면서 크기가 점점 작아집니다. 이 과정이 지구 시간으로 약 3개월이고, 긴긴 밤이 다시 3개월 동안 지속됩니다. 메신저호가 촬영한 수성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작은 점으로 지구와 달이 보일 뿐입니다. 10살 미만의 어린이를 제외하고 지금 이 영상을 보는 우리 모두가 그 점 안에 있었습니다.
수성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극한의 온도 변화, 높은 금속 밀도, 독특한 공전과 자전 패턴 등 수많은 반전을 품고 있는 행성입니다. 베피콜롬보 탐사선이 2025년 본격 탐사를 시작하면 수성의 또 다른 극과 극의 매력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을 가진 이 작은 행성은 우주 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열쇠가 될 것입니다.
출처
태양계의 첫 번째 행성. 수성의 실제 모습. (하루가 4천 시간이 넘는 행성)/우주플리즈: https://www.youtube.com/watch?v=E3quVBzUJ1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