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우주인이 되려면 '나안 시력 1.0 이상'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교정 시력(안경이나 렌즈 착용)이 잘 나온다면 안경을 쓴 사람도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우주인이 기내에서 안경을 착용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지구에서 시력이 좋았던 우주인조차 우주에 가면 갑자기 안경이 필요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왜 우주에 가면 시력이 변할까? (VIIP 증후군)
이것은 우주 과학계의 중요한 연구 과제 중 하나인 'VIIP(시각장애 및 두개내압 증후군)' 때문입니다.
• 체액 전이(Fluid Shift) 현상: 무중력 상태에서는 지구에서 하체로 쏠리던 피와 체액이 머리 쪽으로 올라옵니다. 이로 인해 뇌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 안구 구조의 변형: 상승한 압력이 안구의 뒤쪽을 눌러 안구가 평평하게 압착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신경이 부어오르거나 망막에 미세한 주름이 생기기도 합니다.
• 원시 현상 발생: 안구가 앞뒤로 짧아지면서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히는 '원시' 상태가 됩니다. 지구에서 시력이 완벽했던 우주인들이 우주 정거장(ISS)에 도착한 지 몇 주 만에 책이나 기기 패널이 잘 보이지 않아 당황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습니다.
우주인의 안경과 렌즈, 어떤 것을 선택할까?
① 특수 제작된 '우주 안경'
우주인이 쓰는 안경은 지상의 안경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몇 가지 '팩트'가 다릅니다.
• 미끄러짐 방지: 중력이 없으므로 안경이 코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귀 뒤에 아주 단단하게 고정되는 갈고리형 안경다리를 사용하거나, 신축성 있는 밴드를 연결합니다.
• 파손 방지 소재: 렌즈가 깨져서 미세한 파편이 공중에 떠다니면 우주인의 눈이나 호흡기에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절대 깨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 계열의 특수 소재를 사용합니다.
② 콘택트렌즈는 가능할까?
우주 정거장에서도 콘택트렌즈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상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 기포의 문제: 무중력에서는 렌즈와 눈 사이의 눈물 층에 미세한 기포가 생길 수 있는데, 중력이 없어서 이 기포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시야를 가릴 수 있습니다.
• 건조함: ISS 내부는 정밀 기기 보호를 위해 습도가 매우 낮게 유지됩니다. 따라서 렌즈를 낄 경우 극심한 안구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인공눈물을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한 우주인은?
과거 NASA는 수술한 눈이 우주선의 급격한 압력 변화나 진동을 견디지 못할까 봐 우려했습니다.
• 현재의 팩트: 하지만 2007년 이후 NASA는 라식(LASIK)이나 라섹(PRK) 수술을 받은 후보자도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수술 후 결과가 안정적이고 부작용이 없다면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 검증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주에서의 뇌압 상승이 수술한 각막에 어떤 미세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밀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주용 돋보기'의 비즈니스적 가치
이런 시력 변화 때문에 NASA는 ISS에 다양한 도수의 **'스페이스 리딩 글래스(Space Reading Glasses)'**를 상비해 둡니다. 시력이 변할 때마다 교체해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단순히 안경의 문제를 넘어, 극한 환경에서 인간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패치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우주인의 안경은 단순히 시력을 교정하는 도구를 넘어, 무중력이라는 가혹한 시스템에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과학적 지표입니다. 안구가 짓눌리고 시신경이 붓는 위험 속에서도 인류는 안경이라는 기술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관찰하고 기록해 왔습니다.
지구에서 쓰는 안경이 일상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도구라면, 우주인의 안경은 인류가 우주라는 새로운 도메인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생존 키트입니다. 안경 너머로 비치는 푸른 지구의 모습은, 결국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