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에서의 잠에 대해서 알아보다 보니 우주에서 '의식주'가 궁금해졌어요. 그러다가 문득 화장실은 어떻게 가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에서는 화장실은 어떻게 보면 편한 휴식처 중 하나입니다. 육아하다가 지친 아빠들이 '화캉스'를 간다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농담들도 있고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면 생길 수 없는 농담이죠.
나 자신을 편하게 풀어버리는 공간이기에 반대로 편한 장소가 아니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우주인에게 화장실은 어떨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우주인은 과연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있을지,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충족이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물 대신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이유
우주 화장실에는 변기 물이 없습니다. 중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물을 내리는 순간 물방울이 우주선 내부에 모두 퍼져서 점령해 버릴 테니까요. 그렇다면 내가 볼일을 본 소변도 우주선에 퍼트려져서 날아다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주에서 화장실은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아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만일 잘못 관리한다면 모든 배설물이 둥둥 떠다닐 수 있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죠.
우주 화장실은 그래서 물 대신 '공기 흡입(Suction)' 방식을 사용합니다. 공기 흡입을 하는 기계를 우리 일상에서 찾아볼까요? 그렇습니다. 우주 화장실에 앉아 있는건 아주 정밀하고 강력한 진공청소기 위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엉덩이를 변기 시트에 아주 밀착시켜서 공기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그다음 상황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심지어 우주선 변기의 구멍은 지구보다 훨씬 작습니다. 직경이 약 10cm 정도라고 합니다. 이 작은 구멍에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 우주인들은 지상에서'변기 조준 훈련' 까지 받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우주에 나가야 할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심지어 변기 안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주인은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위치가 정확한지 확인하며 볼일을 봐야 합니다. 만일 무중력 상태에서 조준에 실패해 배설물이 밖으로 탈출한다면?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우주선 전체의 위생과 기계 고장을 초래하는 심각한 재앙이 됩니다.
그렇게 소변이나 대변을 보려면 항상 조준을 위해 긴장을 하며 볼 일을 봐야하겠군요. 혹시라도 삐져나가면 동료들에게 엄청난 피해일 테니 말입니다. 물론 본인 자신에게도 요. 우주인들은 지구인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부분들 조차 항상 긴장을 하며 지내야 하는 셈입니다.
어제의 커피가 오늘의 커피로? (수자원 재활용 시스템)
그렇다면 이렇게 배출 된 배설물은 어떻게 활용이 될까요? 그냥 우주에 날려버릴까요?
정답은 우주선에서는 액체 배설물, 즉 소변을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지구에서처럼 물을 펑펑 쓰며 흘려보내는 것은 우주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치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는 작은 자원 하나하나가 소중하거든요.
대신 ISS(국제우주정거장)에는 수조 원 가치의 첨단 정화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됩니다. 첨단 정화 시스템은 소변을 여과하고 증류하여 각종 화학처리를 거쳐 소변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꿉니다. 한마디로 오늘 마신 커피가 어제 같은 동료의 소변이었을 수도 있다는 거죠.
지구에서는 물을 펑펑 쓰며 흘려보내지만, 우주에서는 내 몸에서 나간 모든 수분조차 가장 소중한 자원이 됩니다. 실제로 우주에서 마시는 물의 약 90% 이상이 이런 식으로 재활용된 수분입니다. 소변뿐만이 아닙니다. 우주인들이 흘린 땀, 심지어 숨을 쉴 때 나오는 수증기(습기)까지 공기 중에서 포집해 다시 식수로 만듭니다. 말 그대로 내 몸에서 나간 모든 수분이 가장 소중한 생명줄이 되는 셈입니다.
내 동료의 땀, 오줌, 분비물을 마시고 먹어야하다니... 지구의 위생을 기준으로 따지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혹시나 걱정하지 마세요. 나사(NASA)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주선에서 정화된 물은 지구에서 우리가 마시는 물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다고 합니다. 심리적인 벽을 넘어야 하겠지만요.
결론
우주 화장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냥 편하게 앉아서 중력의 도움으로 볼일을 보고 시원하게 물을 내릴 수 있는 우리 집 화장실이 얼마나 위대한 발명품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10cm 구멍을 향한 사투를 하며 진공청소기의 굉음을 견디며 생리현상도 해결해야 하는 우주인들에게 '화캉스'는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겠죠. 좁은 우주선에서 기계 소음을 들으며 조준에 집중하는 우주인들을 생각하니, 오늘따라 우리 집 변기가 참 고맙게 느껴지네요. 엄마/아빠들의 소중한 대피소 '화캉스'를 지켜주는 건, 어쩌면 지구의 고마운 중력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마워 지구야.
그리고 우주인에게도 계속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아름답고 멋진 미지의 세계 우주를 탐험하면서 여러 불편을 감사하는 우주인들 우리는 그 덕에 우주의 미지를 풀어가고 있으니까요.
우주인이 되려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은 것을 깨달으며 언젠가는 우주인이 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도 다루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알면 알수록 함부로 결정하기 쉽지 않겠다 생각이 들거든요. 우주에 대한 미지를 풀어주는 우주인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