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관련 이야기를 보다 보면 가끔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고 생각했던 우주선이 의외로 꽤 보수적인 방식으로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같은 기능을 하는 장비를 여러 개 탑재하는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했다면 가장 성능이 좋은 장비 하나만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주 환경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우주에서는 고장 나면 바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지구에서는 장비가 고장 나더라도 대체할 방법이 많습니다. 서비스 센터를 방문할 수도 있고, 새 제품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중요한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예비 장비를 바로 교체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장 가까운 국제우주정거장 조차도 수백 킬로미터 상공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품을 즉시 공급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거리가 더 먼 달이나 화성이라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우주선이나 우주 탐사 장비는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설계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저 역시 NAS 서버를 운영하면서 백업의 중요성을 체감한 적이 있습니다. 가끔가다가 나스 서버와 연결된 갑자기 꺼지는 적이 있었습니다. 정전이 갑자기 되거나, 아이가 갑자기 장난을 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하지만 HDD를 두 개로 나누어서 백업 해둔 덕에 갑자기 꺼져도 자료가 그나마 남아있겠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만약 백업이 없었다면 기존 자료가 다 날아갈까봐 아이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물론 NAS와 우주선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지만, 중요한 데이터를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발상은 어딘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나보다 둘, 둘보다 셋이 필요한 이유
우주 공학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장비를 여러 개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 흔히 중복 설계 또는 이중화 구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한 대가 예상치 못한 문제로 멈추더라도 다른 컴퓨터가 기능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시스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임무 수행에 중요한 장비일수록 이런 구조가 활용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였습니다. 같은 장비를 여러 개 실으면 무게도 늘어나고 공간도 더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우주에서는 효율보다 안정성이 우선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장비라도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좋은 장비 하나보다, 여러 개가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가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필품을 미리 사두는 습관과 우주선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집에서 휴지가 거의 떨어진 것을 뒤늦게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괜찮겠지 하고 넘겼을 텐데, 막상 사용하려고 보니 남은 양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결국 저녁을 먹고 근처 마트에 다녀와서 구매했습니다.
집 근처라 금방 해결할 수 있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우주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필요하면 차를 타고 몇 분 만에 물건을 사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필요한 장비가 부족하거나 중요한 부품이 고장 났다고 해서 바로 주문하거나 사러 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주선이 단순히 장비만 여러 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식량이나 생활 물자 역시 여유를 두고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중복 설계라는 개념은 특별한 과학 기술이라기보다,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인간의 오래된 방식이 조금 더 극단적으로 적용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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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여러번의 경험 끝에 장비가 절대 고장 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개발자로 근무했을 시절에도 아무리 여러사람이 달려들어 하나의 프로젝트를 설계해도 오타나 작은 버그들이 발견 됐던 것 보면 우주 같은 큰 프로젝트에선 무조건 중복 설계가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기술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함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실생활에서도 생각해보면 기능이 한두개 안 될 때보다 갑자기 웹 페이지가 먹통이 되면 더 큰 문제이니까요. 우주선의 중복 설계 역시 그런 관점과 같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백업해 두는 일, 비상약을 준비해 두는 일, 필요한 물건을 미리 구비해 두는 일 같은 것들이요.
우주선에 같은 장비가 여러 개 실리는 이유를 살펴보다 보니 단순한 기술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불확실한 상황을 어떻게 대비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우주 공학은 멀고 낯선 분야이면서도 의외로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오늘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