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와 종일 부대끼다 보면 몸은 고되지만,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한 번에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곤 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이것 저것 삶을 위한 것들을 꾸려간다는 건 늘 시간과의 싸움이지만, 아이가 "엄마, 이거 봐!" 하며 달려올 때의 그 생생한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들은 가족이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요? 저처럼 가족 곁에서 일할 수 없는 그들에게 가족의 목소리는 얼마나 간절한 데이터일까요? 당연히 우주인은 멀리 우주로 떠나있기에 당장 가족을 옆에 두고 우주탐사를 할 순 없겠지만 아이가 아닌 부모님, 배우자가 보고 싶을텐데 그럴 때 어떻게 할까요
1초의 기다림도 아쉬운, 우주 통신의 벽
멀리 있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때 화면이 조금만 끊겨도 답답함을 느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들려?" 하는 아이의 질문에 바로 대답해주지 못하면 아이는 금세 시무룩해지곤 하죠. 다시 할아버지에게 전화하자 하고 조르곤 하죠. 저희가 멀리 계신 부모님과 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움직이지 않거나, 부모님의 말 소리가 안 들리면 한창을 서로 답답해하고 아쉬워하곤 하죠. 그럼 그냥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고 하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당장 볼 수 없는 상황을 서로 달래고 하는데요.
우주선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신호를 주고받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더더욱 걸릴텐데 과연 어떻게 대처를 할까요?
우주선에서의 영상통화는 우리가 흔히 겪는 인터넷 '끊김' 현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사랑해"라고 말하면, 그 목소리가 우주의 머나먼 길을 돌아 상대방에게 닿고, 다시 가족의 대답이 저에게 돌아오기까지 수 초에서 수십 분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실시간 대화가 일상인 우리에게 우주 통신은 가족의 대답 하나를 듣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랑의 간절함을 확인하고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키울 수 있기도 하겠어요. 이러한 외로움과 그리움과 싸우며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의 모습이 정말 멋지게 느껴집니다.
우주인에게 가족은 가장 따뜻한 위로
이렇게 연락이 어려운 것을 보면 우주인들에게 가족과의 소통은 단순한 안부 인사가 아닐 것 같습니다. 살아온 동네에서 계속 지냈어도 가족과 멀어지면 낯설고 힘들텐데, 우주라는 낯설고 위험한 환경에서 정신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유일한 생존 수단일테니까요.
낯선 환경에서 항상 익숙하던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NASA에서도 우주인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족과의 화상 면회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우주의 화상통화의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와 통화할 때 아이의 발그레한 볼과 반짝이는 눈동자가 생생하게 보이길 원합니다. 또 부모님과 화상 통화를 할때도 그 미소와 따뜻한 눈빛이 닿기를 원하죠. 하지만 그냥 딱 생각해봐도 우주선 안의 통신 환경은 그리 넉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화면이 지직거리고 얼굴이 뭉개져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주인 부모들은 아이가 그린 삐뚤빼둘한 그림 한 장을 전송받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다고 해요.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려준 그림 한 장이 우주인들에게는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선물이 되는 것이죠. 오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그려온 그림을 몰래 버리기도 했는데요. 갑자기 마음이 찔리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또 소중하게 보관하기엔.... 아마 부모님들은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기술이 좁혀주는 마음의 거리
다행히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파 대신 빛을 이용한 새로운 통신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예전의 느린 인터넷이 지금의 빠른 통신망으로 바뀐 것처럼 말이죠. 지구의 인터넷이 빨라졌듯 우주의 통신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기술이 더 발전하면, 먼 우주에 간 우주인도 지구에 있는 가족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아이의 재롱 잔치를 고화질로 지켜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더 빠른 기술의 발달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탐사를 끝내고 출퇴근 하는 삶이 되기는 어려울까 싶습니다. 저도 우주의 행성을 실제로 우주에서 보고 싶은 낭만이 있는데요. 지금같은 속도로 우주에 나갔다간 그 낭만은 이루기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요. 하지만 너무나도 꿈과 같은 이야기겠죠?
우주 통신 이야기를 접하며 깨달은 것은, 지금 제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기적과도 같다는 점입니다. 바로 아이를 품에 안아줄 수 있고, 끊김 없는 영상통화로 가족의 웃음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말이죠.
이제 곧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하게 되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과 눈을 맞추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려 합니다. 우주선 벽면에 붙은 작은 화면 속 가족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는 우주인 대신 언제든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족의 온기를 만끽하면서요. 여러분도 오늘 밤, 곁에 있는 가족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아주시는 건 어떨까요? 그 따뜻함이야말로 우주 어떤 첨단 기술도 대신할 수 없는 힘이니까요. 하지만 그 외로움을 달래며 우주탐사를 해주시는 우주인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의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잊으시면 안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