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에 나서며 두려운 순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도로 위의 운전도 간담이 서늘하게 무서웠지만, 주유칸이 한 칸씩 줄어들 수록 '주유소'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두려웠습니다. 결국 주유를 해야하는 날은 다가왔고, 저는 겁쟁이라 운전배태랑과 함꼐 같이 가서 주유 방법을 배웠습니다. 요샌 셀프 주유소 위주여서 차를 대고 미러만 연다고 대는게 아닌 경우가 많아서 셀프 주유를 직접 배웠습니다. 저의 경우는 차를 주유기 앞에 세우는 것부터 난관이었습니다. 내 차 주유구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헷갈려 식은땀을 흘렸고 여는 방법 또한 너무 헷갈리더군요. 겨우 세운 뒤에는 뚜껑을 여는 것 조차 무슨 의식처럼 경건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유 노즐을 꽂고 기름이 들어가는 "커컥"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서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 작은 차 하나 기름 넣는 것도 이렇게 진땀이 나는데, 저 거대한 우주 로켓은 도대체 어떻게 기름을 넣을까? 설마 로켓 조종사가 내려서 노즐을 꽂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로켓의 주유구는 어디에? '엄빌리컬(Umbilical)' 시스템
우리가 주유소에서 주유구 캡을 손으로 돌려 여는 것과 달리, 로켓은 주유구가 따로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로켓의 몸체에는 '엄빌리컬(Umbilical, 탯줄)'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케이블과 배관 뭉치가 연결됩니다. 이름 그대로 어머니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처럼, 지상 기지로부터 연료와 전기를 공급받는 통로죠.
이 탯줄 안에는 연료관, 산화제관, 통신선 등이 빽빽하게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주유 노즐을 꽂듯 로켓 옆에 세워진 거대한 타워(고정 서비스 구조물)가 로켓 몸체의 특정 접속 단자에 이 배관들을 자동으로 도킹시킵니다. 이 연결 부위는 발사 직전까지 로켓에 영양분을 공급하다가, 발사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자석이나 기계적 장치에 의해 순식간에 분리됩니다. 로켓이 하늘로 솟구칠 때 배관들이 툭 하고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 바로 주유가 끝나는 순간인 것 입니다. 자동차 주유를 하려면 시동을 끄고, 주유관을 열고 닫고 잘 닫힌 것을 확인하고 출발해야하는 자동차 운전과는 너무 다른 쿨한 방식입니다. 사실 자동차 주유구 닫을 때 제가 제대로 닫은게 맞는지 혹시라도 잘못 닫아서 주행 중에 기름이 새면 어떻게 하지? 하고 너무 걱정했거든요. 그래서 우주선의 이런 쿨한 방식이 부럽기도 합니다.
'셀프'는 절대 불가! 영하 253도의 냉동 주유
로켓의 주유가 절대 '셀프'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연료의 성질 때문입니다. 현대 로켓의 주력 연료인 액체 수소는 무려 영하 253도라는 극저온 상태입니다. 이 정도 온도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닿자마자 얼음이 되어 배관을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켓 주유는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지상 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합니다. 배관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거나 불활성 기체인 헬륨으로 가득 채워 불순물을 제거하는 '퍼지(Purge)'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죠. 우리가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득" 버튼을 누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밀한 밸브 조절과 압력 체크가 수 시간 동안 이어집니다.
왜 로켓은 발사 직전까지 '주유'를 멈추지 않을까?
우리는 기름을 한 번 넣으면 며칠이고 타고 다니지만, 로켓은 발사 며칠 전부터 연료를 채워두지 않습니다. 보통 발사 몇 시간 전부터 '주유'를 시작해 발사 직전까지 계속 채워 넣습니다. 그 이유는 '증발' 때문입니다.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는 너무나 차갑기 때문에, 외부 온도와의 차이로 인해 끊임없이 기체로 변해 날아가 버립니다. 로켓 발사장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면을 보신 적 있나요? 그게 바로 주유 중인 연료가 기화되어 밖으로 배출되는 모습입니다. 가만히 놔두면 연료 탱크가 비어버리기 때문에, 로켓은 발사대가 떨어져 나가는 그 마지막 1초까지도 계속해서 연료를 보충받아야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로켓의 층마다 들어가는 연료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힘이 필요한 1단 로켓에는 밀도가 높은 RP-1(정제 등유)을 넣고, 높은 고도에서 효율이 중요한 2단 로켓에는 액체 수소를 넣기도 합니다.
이것은 마치 주유소에서 "1번 주유구에는 경유, 2번 주유구에는 고급 휘발유 넣어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로켓은 이 복잡한 메뉴를 단 하나의 엄빌리컬 타워를 통해 오차 없이 소화해냅니다. 주유소에서 경유와 휘발유를 헷갈려 '혼유 사고'가 나면 차가 멈추지만, 로켓에서 이런 실수가 나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겠죠?
셀프 주유소에서 주유 노즐을 잡고 쩔쩔매는 저의 경험은 어떻게 보면 로켓 엔지니어들이 수조 원짜리 로켓의 연료 밸브를 열며 느끼는 긴장감과 '무게'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에너지를 제어하려는 인간의 도전이 아닐까요.
이제 다음에 주유소에 들르신다면 주유기 호스를 로켓의 '엄빌리컬 케이블'이라고 상상해 보려고 합니다.지금 지상 보급 기지에서 우주 항해를 위한 추진력을 얻고 있는 로켓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우습기도 하면서 셀프 주유가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저 작은 우주선을 운용하는 훌륭한 엔지니어라고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또 언젠가는 정말 자동차로 우주 여행을 가능한 날이 오면 정말 셀프 주유를 해야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