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 그늘 평상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내 발로 당당하게 걸어 다니는 일상은 지구인들에게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주 정거장(ISS)에서 수개월 동안의 긴 임무를 완벽하게 마치고 지구로 '퇴근'한 우주인들에게는 이 평범한 서 있기조차 목숨을 건 도전이 됩니다.
우주선 캡슐이 지구 땅에 착륙할 때, 우주인들이 스스로 걸어 나오지 못하고 구조대원들의 품에 안겨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임무를 멋지게 끝내고 돌아온 영웅들이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겪게 되는 눈물겨운 신체 적응기와 진짜 현실을 공개합니다.
땅을 딛는 순간 찾아오는 거대한 공포 - 중력 멀미
지구에 도착한 우주인들을 가장 먼저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지구의 중력' 그 자체입니다. 무중력 공간에 수개월 동안 마이그레이션되어 있던 신체는 중력을 완전히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우주선 문이 열리고 지구 중력이 온몸을 짓누르기 시작하면, 우주인들은 엄청난 '중력 멀미(Gravity Sickness)'를 겪습니다. 귀속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이석 기관이 중력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가만히 누워 있어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극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가 나타납니다. 고개를 양옆으로 1센티미터만 돌려도 뇌에 에러가 난 것처럼 멀미가 밀려오기 때문에, 귀환 직후 며칠 동안은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낼 수밖에 없는 팩트가 있습니다.
중풍 환자처럼 걷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하는 이유
우주 정거장 안에서는 다리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벽을 툭 치면 원하는 곳으로 둥둥 날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매일 2시간씩 강제로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에 오면 척추와 다리를 지탱하는 '항중력근(중력에 버티는 근육)'이 심각하게 퇴화해 있습니다.
실제로 197일 동안 우주에 머물렀던 드류 포스텔(Drew Feustel) 우주인이 지구 복귀 직후 걷는 연습을 하는 영상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는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렸고, 눈을 감으면 아예 발을 앞으로 내딛지도 못했습니다. 발바닥이 땅을 감지하는 신경 레거시마저 무중력 환경에서 무뎌졌기 때문입니다. 우주인들은 지구 복귀 후 최소 몇 주 동안은 아기처럼 '걸음마'부터 다시 배우는 눈물겨운 재활 과정을 거칩니다.
“어라? 왜 바닥으로 떨어지지?" 우주인이 겪는 황당한 뇌의 착각
신체뿐만 아니라 '뇌의 인지 시스템'이 지구에 적응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우주 정거장에서는 물건을 공중에 그냥 놔두어도 둥둥 떠 있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물건을 '놓아두는' 행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 습관이 지구까지 이어져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지구로 돌아온 우주인이 인터뷰나 일상생활 중에 손에 들고 있던 펜이나 컵을 공중에 슥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당연히 물건은 중력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거나 부서지지만, 우주인의 뇌는 순간적으로 "어? 왜 물건이 아래로 떨어지지?"라며 당황합니다. 컵을 떨어뜨려 깨고 나서야 "아, 참 여기 지구였지" 하고 깨닫는 뇌의 오류 팩트는 우주인들이 공통으로 고백하는 귀여운 잔혹사 중 하나입니다.
우주 쓰레기보다 무서운 지구의 바이러스 습격
우주 정거장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무균실'과 같습니다. 요즘 기승을 부리는 노로바이러스나 감기 바이러스 같은 해충성 병원균이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깨끗한 환경이 지구로 돌아온 우주인에게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몇 달 동안 외부 바이러스를 전혀 만나지 못한 우주인의 면역 체계는 지구에 도착했을 때 극도로 약해져 있습니다. 지구인에게는 가벼운 감기나 아주 미세한 장염 균이 우주인에게는 치명적인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임무를 마치고 온 우주인들은 귀환 직후 몇 주 동안 가족들과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역격리(Reverse Quarantine)' 기간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화려한 우주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영웅들의 뒤편에는 중력 멀미로 구토를 하고, 다리가 풀려 걸음마를 다시 배우며, 면역력이 떨어져 방역실에 갇혀 지내야 하는 혹독한 현실 팩트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평상 위에서 가볍게 점프를 하고, 물건을 당연하게 책상 위에 올려두며, 밖에서 음식을 사 먹어도 끄떡없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지구라는 완벽한 중력과 대기 시스템 안에서 우리 몸이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인들이 그토록 치열하게 재활 치료를 받으며 되찾고 싶어 했던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오늘 하루 내가 누리는 자유와 건강이 얼마나 거대한 혜택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