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린 소리는 아침, 점심, 저녁 내내 쿵쿵 뛰어다니는 윗집 아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 아직 어리니 오며 가며 소리가 날 수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집을 운동장인양 다다다 다다 뛰어다니는 소리에 참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윗집과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 주변에 층간소음 사례를 물어보니 어른이 신경 쓰지 않고 걷는 발망치 소리, 윗집의 마늘 빻는 소리, 늦은 밤 자야 하는 시간에 들리는 세탁기 돌리는 소리 등 저만 겪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버티느냐 했을 때 이어폰을 꽂는 사람도 있었고, 포기하고 코 골고 잘 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이미 '귀가 열린'상태라 참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비행기 소리의 화이트 노이즈를 틀고 잠이 들었는데요.
'이럴 바에 차라리 우주에 있는 게 낫겠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과연 우주에서 지내는 것이 층간소음이 심한 이 집구석에서 지내는 것보다 나은지 말입니다. 그래서 정말 우주는 고요할지 한 번 찾아봤어요.
진공의 상태, 소리가 아예 없는 우주의 밖
매질이란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전달해 주는 모든 물질을 말하는데요. 소리는 공기나 액체 고체와 같은 '매질'을 통해야 전달이 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기체인 공기가 있겠고요. 저를 고통스럽게 했던 매질로는 벽과 바닥이라는 고체 매질이 있었습니다. 고체 매질은 기체인 공기보다 소리를 더 빠르게 강력하게 전달합니다. 저의 윗집은 거기서 직접 발바닥으로 아이들이 탭댄스를 추며 전달해 주었으니 얼마나 제가 큰 소리로 들렸을지 다시 생각해 봐도 화가 올라오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알아온 바와 같이 우주는 텅 빈 진공의 상태입니다. 공기와 같은 입자가 거의 없고 매질이 끊겨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소리를 전달할 공기가 없으므로 우주공간에서 어떠한 움직임이 일어나도, 그러니까 옆에서 신나게 탭댄스를 추고 폭발물이 터져서 부서져도 들을 수 없는 완벽한 '무소음'의 상태가 됩니다. 즉 우주공간에서는 1 데시벨의 소리조차도 전달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힘들게 층간소음을 겪은 입장에서는 그 집에서 잘 바에 고요한 꿈의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언젠가 한 번은 소리가 아예 없는 경험을 느껴보고 싶기도 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평온한 고요 한 번 여러분도 느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싹하기도 합니다. 만일 옆에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수다조차도 떨 수 없겠네요. 말소리조차 전달이 되지 않고 만일 폭탄이 터져도 들을 수 없으니 피할 수 없어 위험하겠죠. 소리는 발생한 지점에서 사라져 버릴 테니까요.
24시간 지속되는 우주선 소음
하지만 그런 우주로 도망간다고 해도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의 기술로는 인간은 우주에 그대로 동동 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주복을 입고 우주로 나가던, 숨 쉴 공간인 산소가 있는 우주선에 있건 해야지만 현재 우리는 우주에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숨을 쉬기 위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공기 정화 장치와, 온도를 유지하는 냉각 팬 등 수많은 기계 장치가 쉼 없이 돌아가야 합니다. 만일 그 장치를 끄고 완벽한 고요를 느끼려고 한다면? 아마 우리의 생명이 유지되지 않은 상태로는 그 고요를 겪어볼 수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진 않네요.
그래도 윗집 아이들이 자는 밤에는 조용해지는 우리 집과 달리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기 때문에 24시간 가동이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우주선에서는 24시간 이 소리가 나는 거죠. 60~70 데시벨의 소음은 어느 정도냐면 진공청소기의 소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소리가 24시간 나다 보니 실제로 우주인들은 이 소음으로 인해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귀마개를 낀다거나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자는 경우도 있네요. 제 근처의 사람들은 끽해야 귀마개 화이트 소음이었던 걸 생각하면 층간소음 피하려고 우주를 가는 방향은 좋은 방향이 아닐 것 같습니다.
소리는 '살아있다는 증거'
우주 밖 진공의 공간은 완벽하게 조용하지만 인간이 살아갈 수 없고, 생존이 가능한 우주선 안은 기계 소음으로 가득하다는 부분이 씁쓸합니다.
이렇게 알아보니 층간소음 때문에 미칠 것 같던 마음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24시간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층간소음으로 힘들었을 때 자다가 갑자기 쿵 소리에 깨기도 했거든요. 그럴 때 화이트 노이즈로 우주선 소리를 들으며 위안을 삼았던 걸 보면, 소리의 크기를 떠나 규칙적이고 일정한 소음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우주정거장의 데시벨의 크기가 굉장히 크니 고통은 고통일 것 같습니다.
24시간 60~70 데시벨 들을래? 간헐적으로 80 데시벨 들을래? 하면 선택이 어렵네요. 그냥 둘 다 최악입니다.
우주인들의 고충을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층간소음만큼 힘든 공간에서 지내며 우주를 탐험하시는 우주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윗집 소음을 듣는 게 괴롭긴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은 제가 숨 쉴 공기가 있고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점이 흥미로운 발견이네요. (물론 그렇다고 윗집 발소리가 용서되는 건 아닙니다.)
언젠가 과학이 발전해서 우주의 고요를 날것 그대로 누릴 수 있다면 분명 그 패키지는 엄청나게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소음에 지친 현대인들이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