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밤에도 진동에 잠을 깨서 잠을 설쳤습니다. 사실 층간소음도 문제지만 큰 발망치로 인해 느껴지는 진동 또한 층간소음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결국 새벽 3시에 진동과 소리로 제대로 잠을 깨워버려서 6시까지 잠을 못 들다가 겨우 쪽잠을 자고 피곤한 상태로 있는 상태인데요.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소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지난 포스팅으로 알았지만
무중력 상태라면 적어도 발망치의 진동에 깨지 않아서 윗집이 뛰어도 진동을 안 느낄 수 있을까?또 요새 편한 상태임을 강조 하기 위해 무중력 의자, 무중력 침대 등의 키워드를 내건 상품들이 나오는데
혹시 정말 무중력인 상태라면 내 몸이 깃털같이 느껴져서 푹 잠들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시작으로 우주공간에서는 과연 정말 푹 잘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력이 없는 곳에서의 수면 방식
무중력 상태는 편하다는 사람들의 생각대로 우주에서는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에서 잠을 못자는 고통은 바닥의 매질을 타고 '소리'라고 기존 포스팅에서 말씀 드렸는데 그 뿐만이 아니라 매질을 타고 느껴지는 '진동'또한 고통의 원인입니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몸이 바닥에 몸이 닿아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주에서는 침대가 필요없이, 대신 '슬리핑 백(Sleeping Bag)'을 벽에 고정하고 그 안에 들어가서 잡니다. 그렇게 되니 바닥과 몸이 닿지 않겠죠.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체중이 분산되지도 않고 허리가 어깨에 가해지는 압박이 완전히 없어집니다. 완벽한 근육의 이완으로 인해 정말 편한 몸 상태가 되어서 그야말로 릴렉스를 즐길 수 있겠어요.
또한 그렇게 벽에 고정된 슬리핑 백에서 자면 공중에 떠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이므로 옆집에서 아무리 벽을 쳐도 진동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매질이 없기 때문이죠. 층간 소음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에게는 희소식입니다.
또한 욕창 또한 생길일이 없는데요. 층간 소음도 층간 소음이지만 욕창을 관리해야하는 환자나 가족에게도 무중력 상태란 선물과도 같은 공간일 것 같아요. 언젠가 기술이 발달해서 욕창 관리 없이 무중력 상태로 환자분에게 편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지도 못한 우주 수면의 단점
하지만 우주에서 자면 생각지도 못 한 단점도 존재합니다. . 조사해 보니 우주에서의 잠은 '낭만'보다는 치열한 '생존'에 더 가깝더라고요. 층간소음은 없지만, 대신 지구에서는 상상 못 할 불편함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육이 이완되어도 너무 이완이 되다보니 팔이 앞으로 나란히 하듯 둥둥 뜨게 되는데 이렇게 하다보면 자다가 내 뺨을 때려서 깨기도 한다는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침낭 속에 몸을 꽁꽁 묶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잠을 원해서 우주로 왔는데, 정작 잘 때는 구속복을 입은 듯한 모습이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또한 중력이 없으면 우리가 내뱉은 이산화탄소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얼굴 주변에 둥근 거품처럼 뭉쳐 있게 되요. 이러한 이산화탄소 포켓에 의해 질식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얼굴을 향해 강력한 팬(Fan)을 틀어 공기의 순환이 일어나도록 해야하는데 여기서 저번에 포스팅한 기계소음의 문제가 발생하겠네요. 진동은 없지만 60~70데시벨의 소리로 잠들만하면 우릴 괴롭힐테죠.
또한 눈부심의 문제도 있겠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90분마다 지구를 한바퀴를 돌기 때문에 한 바퀴 돌 때마다 해가 뜨고 집니다. 그렇다보니 하루에 일출을 16번이나 보게 되는데 밤낮의 구분이 어려워서 안대를 끼고 자야합니다. 생체시계에 또한 좋지 않겠네요.
결국 우주에서 잠을 자기 위해선 슬리핑 백에 들어가서 안대를 끼고 팔도 풀리지 않도록 묶고 이어폰도 끼고 자야하니 몸이 둥둥 떠서 편할 지언정 답답하게 잠을 자야해서 굉장히 불편하겠네요.
또한 환자분들에게 편함을 준다는 생각도 다시 고쳐봐야할 것 같군요. 꽁꽁 묶어 버리는게 환자 분들에게는 또 다른 감옥처럼 느껴질테니까요.
소중한 지구에서의 하룻밤
결국 진동이 없는 대신 소음과 구속이 있는 우주, 그리고 소음은 있지만 자유로운 내 침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무중력 상태가 주는 신체적 편안함과 욕창 예방 같은 기술은 정말 탐나지만, 자다가 질식하지 않으려 팬 소리를 들으며 벽에 묶여 자는 우주인의 밤 또한 저 못지않게 아니 저보다 더 만만치 않게 힘들거라 느껴집니다. 결국 제가 바라는 건 거창한 무중력이 아니라 '윗집이 조용해진 평범한 지구의 우리 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언젠가 층간소음 걱정 없이, 또 환자분들이 욕창 걱정 없이 무중력의 이점만 누릴 수 있는 '지구형 무중력 침실'이 보급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그때까진 어쩔 수 없이 귀마개와 화이트 노이즈의 도움을 좀 더 받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