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어릴 적에 퀘이사가 우주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하나의 특별한 행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이 "정신 안드로메다 갔네"라고 놀릴 때면 저는 "나는 퀘이사로 간다"고 받아치곤 했죠. 가장 밝은 별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퀘이사가 은하보다도 더 환상적이고 멋진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퀘이사는 우주 전역에 100만 개 이상 존재하는 천체였고,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오히려 더 흥미로워졌습니다.
퀘이사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만드는 우주 최강의 빛
퀘이사는 영어로 quasi-stellar object의 합성어입니다. 별처럼 보이지만 별이 아닌 천체라는 뜻이죠. 1950년대 후반 처음 발견됐을 때 천문학자들은 수십 년간 이 천체의 정체를 몰랐습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별처럼 한 점에서 빛이 나오는데, 스펙트럼을 분석해보니 일반적인 별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별은 주로 가시광선과 자외선 영역에서 빛을 내지만, 퀘이사는 강력한 전파부터 X선, 감마선까지 온갖 파장의 에너지를 뿜어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관측하고 분석한 끝에 밝혀낸 퀘이사의 정체는 놀라웠습니다. 퀘이사는 수억 광년 이상 떨어진 먼 우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이었습니다. 블랙홀 주변으로 먼지와 가스가 빨려들어가면서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렇게 형성된 강착 원반에서 물질들이 초속 수만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충돌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죠. 저는 이 원리를 처음 알았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블랙홀은 모든 걸 삼키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역설적으로 우주에서 가장 밝은 빛을 만들어낸다니 말입니다.
올해 초 발견된 J0525-4351 퀘이사는 지구로부터 120억 광년 떨어져 있으면서도 우주 역사상 가장 밝은 천체로 확인됐습니다. 사실 이 퀘이사는 1980년에 이미 발견됐지만, 너무 밝다 보니 천문학자들이 그냥 우리 은하 내의 별로 착각하고 지나쳤습니다. 40년이 지나서야 다시 관측해보니 엄청난 퀘이사였던 거죠. 중심부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약 170억 배이며, 매년 태양 370개 분량의 물질을 집어삼킵니다. 하루로 따지면 태양 한 개를 통째로 먹는 셈입니다. 이 퀘이사의 절대 등급은 약 -32등급으로, 태양보다 540조 배나 밝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실감이 안 났습니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 규모니까요.
블랙홀 제트는 수천만 광년을 가로지르는 우주의 분수
퀘이사 중 약 10퍼센트는 제트 현상을 보입니다. 블랙홀이 모든 걸 빨아들이기만 하는데 어떻게 제트를 뿜어낼 수 있을까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블랙홀의 회전과 강착 원반 내부의 자기장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플라즈마 제트가 블랙홀의 극을 따라 양쪽으로 분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고무줄이 튕겨 나가듯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겁니다.
PKS 1127-145라는 퀘이사에서는 100만 광년 이상 뻗어 나가는 제트가 관측됐습니다. 제가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100만 광년이라니, 우리 은하 지름의 10배가 넘는 길이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포르피리온 제트는 총 길이가 2,280만 광년에 달합니다. 우리 은하를 228개 나란히 늘어놓은 것과 같은 길이죠. 인류가 발견한 단일 천체 중 가장 거대한 구조물입니다. 이 정도 제트가 형성되려면 초대질량 블랙홀이 10억 년 이상 안정적으로 물질을 흡수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제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랙홀은 분명 모든 걸 집어삼키는 괴물인데, 동시에 우주 최대 규모의 분수를 만들어내는 예술가이기도 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파괴와 창조가 동시에 일어나는 셈이죠.
퀘이사는 우주 진화의 타임캡슐이자 우리 은하의 과거
퀘이사가 천문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우주의 먼 과거를 직접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퀘이사 중 가장 가까운 마카리안 231은 지구로부터 약 6억 광년 떨어져 있고, 가장 먼 UHZ1 퀘이사는 132억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니 이 퀘이사의 빛은 빅뱅 후 고작 6억 년 된 우주 초창기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사실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퀘이사의 빛이 132억 년 동안 날아와 우리 눈에 닿는다는 게 실감이 안 됐습니다.
초기 우주는 현재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서 가스와 먼지 같은 물질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고, 은하 간 충돌과 병합도 빈번했습니다. 블랙홀 입장에서는 먹잇감이 넘쳐나는 황금기였죠. 하지만 퀘이사들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 만에 주변 물질을 소진했고, 우주가 팽창하면서 물질 밀도가 낮아지자 더 이상 새로운 먹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 주변 은하들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바로 과거의 퀘이사였던 것입니다.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별 블랙홀도 먼 과거에는 미친 듯이 에너지를 뿜어대던 퀘이사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여기서 정말 재미있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릴 적 제가 "나는 퀘이사로 간다"고 농담했는데, 알고 보니 저는 이미 퀘이사에 있었던 겁니다. 다른 우주 어딘가의 외계인이 지금 우리 은하를 관측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우리 은하는 바로 퀘이사로 보일 테니까요. 제가 꿈꾸던 가장 밝은 빛이 제가 있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퀘이사를 알아갈수록 우주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해왔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50억 년 후 우리 은하가 안드로메다와 합병되면 두 블랙홀이 융합되며 다시 퀘이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때쯤이면 지구는 없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장엄합니다. 퀘이사는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무시무시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우주 진화의 증거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타임캡슐이기도 합니다. 제 어린 시절의 순진한 환상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훨씬 더 경이로운 진실이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