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청소와 설거지를 끝내고 나면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이나 상쾌한 방향제 냄새가 온 집안을 감싸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숨 쉬는 지구의 공기는 숲과 바다, 그리고 다양한 인공 향기 덕분에 다채로운 냄새로 채워져 있는데요. 그렇다면 지구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문을 열고 안으로 딱 들어서면 과연 어떤 냄새가 날까요?
첨단 과학 장비가 가득하니 아주 깔끔하고 무취에 가까운 에어컨 바람 냄새만 날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우주인들이 공통으로 증언하는 우주선 내부의 리얼한 악취와 냄새의 과학적 팩트를 공개합니다.
“타버린 스테이크와 화약 냄새" - 우주 공간 고유의 향기
우주선 내부 냄새를 구성하는 가장 신기한 성분은 바로 '진짜 우주 공간의 냄새'입니다. 우주인들이 우주 정거장 밖으로 나가 우주 유영(EVA) 임무를 마치고 해치를 열어 내부로 복귀할 때, 그들의 우주복과 장비에 묻어오는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우주인들은 이 냄새를 "바비큐를 할 때 타버린 고기 냄새", 혹은 **"총을 쏘고 난 뒤의 퀴퀴한 화약 냄새"**라고 표현합니다. 무중력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죽어간 별들의 잔해(탄소 화합물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우주복 표면에 달라붙었다가, 우주선 내부의 산소 시스템과 만나면서 격렬하게 반응해 풍기는 기묘한 탄 냄새입니다. 이 냄새는 우주선 내부 공기에 고스란히 레거시로 스며들게 됩니다.
환기 팬이 꺼지면 시작되는 '인간 악취'의 습격
우주선 고유의 탄 냄새 위에, 우주선 내부에서 생활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지독한 생활취가 섞이기 시작합니다. 우주 정거장은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인 데다, 세탁기가 없어서 우주인들은 속옷과 티셔츠를 몇 주 동안 갈아입지 못하고 계속 입어야 하는 시스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매일 2시간씩 의무적으로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해야 하니, 우주인들의 옷과 몸에서는 끊임없이 땀내가 배어 나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모으기 위해 환기 팬(Fan)을 24시간 돌린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만약 정전이나 정비로 인해 이 환기 시스템이 단 몇 분만 멈춰도 우주선 내부는 순식간에 수십 명의 땀내와 발냄새, 퀴퀴한 체취가 고이는 악취의 마이그레이션 현상이 일어납니다.
냄새 분자를 잡아라 - 이산화탄소 제거기와 활성탄 필터의 사투
이 끔찍한 냄새 속에서 우주인들이 기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NASA의 첨단 공기 정화 시스템인 '트레이스 오염 제어 시스템(TCCS)' 덕분입니다.
이 시스템 내부에는 지구에서 냉장고 탈취제로 흔히 쓰는 탈취 성분인 **'활성탄 필터'**와 미세 가스를 태워버리는 고온 촉매 장치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공기 순환 시스템이 우주선 내부의 공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면서 땀내, 화장실 배설물 가스, 장비에서 나오는 미세한 화학 물질 냄새 분자들을 실시간으로 걸러내고 분해합니다. 이 기계가 24시간 풀가동되어 다행히 코를 찌르는 악취 단계까지 가지 않고, 늘 퀴퀴한 지하실 냄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팩트 가이드라인이 완성됩니다.
무중력 코막힘이 주는 뜻밖의 축복?
지독한 생활취가 가득한 우주선이지만, 역설적으로 우주인들은 이 냄새 때문에 크게 고통받지 않습니다. 우주 정거장 발효 식품 포스팅에서 다루었듯이, 무중력 공간에서는 중력이 없어 체액이 머리로 쏠리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늘 코가 꽉 막힌 상태로 지내기 때문입니다.
후각 세포 시스템이 지구에 있을 때보다 절반 이하로 둔해져 있어서, 옆의 동료가 땀을 뻘뻘 흘리거나 화장실 시스템 에러로 지독한 가스가 잠시 유출되어도 "조금 퀴퀴하네" 정도로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우주선 내부의 가혹한 신체 변화가 역설적으로 악취 속에서 우주인들의 정신력을 지켜주는 최고의 방어막 시스템이 되어주는 셈입니다.
오늘 우리가 설거지와 청소를 마치고 문을 열어 신선한 동네 바람을 들이마시고, 은은한 향초나 방향제 향을 맡을 수 있는 일상은 우주선 안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최고의 사치입니다.
타버린 바비큐 냄새와 군대 내무반 같은 땀내가 뒤섞인 인공 폐쇄 공간에서 활성탄 필터에 의지해 숨을 쉬어야 하는 우주인들의 치열한 현실 팩트를 바라보며, 창문만 열면 사계절의 냄새와 푸른 자연의 향기를 무상으로 마이그레이션해 주는 지구라는 거대한 자연 도메인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오늘 방 안 가득 퍼지는 평범하고 쾌적한 내 집의 냄새에 감사하며 기분 좋은 휴식을 취해보시길 바랍니다.